3-5F 권하윤

권하윤 작가는 주로 경계와 정체성을 주제로 개인의 역사와 기억을 재구성하며 현실과 가상 사이의 양가적인 관계를 탐구해왔다. 작가는 타인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작품을 구성하고 그것을 관람객에게 전달하는 과정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시공간 속에서 실재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러한 주제를 표현하는 매체로서 그는 '이야기'라는 원초적 소통 수단에 주목하는 동시에, 3D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VR 등을 사용하여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사람들이 이전의 방식과 얼마나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경험하고 감정을 느끼며 타인과 관계 맺고 있는지 보여준다.

AUDIO GUIDE

3F

<새 여인>
Video HD, Color, Stereo, 16/9, 7',
Variable dimension
2019

권하윤 작가는 개인의 역사와 기억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주로 진행해왔습니다. 과거 VR 버전으로 작업했던 <새 여인>은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스크리닝 버전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스승이었던 프랑스인 '다니엘 나도'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작품 속 다니엘은 젊은 시절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과거 어느 건물의 내부 설계도를 그리기 위해 해당 건물의 많은 집들을 방문하게 된 다니엘은 각기 다른 현관문이 열릴 때마다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열리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러던 중 새를 수집하는 한 집에 이르게 되었고, 셀 수 없이 많은 새들을 목격하며 그 모습에 매료됩니다. 

이러한 그의 특별한 기억은 권하윤 작가에게 전달되었고, 작가는 이를 재해석해 한 사람의 기억속 공간을 직접 거니는 듯한 이미지들로 연출합니다. 영상에서는 새가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몽환적인 세상이 펼쳐지며, 작품 속 나레이션을 따라 신비한 공간을 방문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일종의 기억 속 영원한 공간을 만들어 냅니다. 이렇듯 작가는 꾸준히 뉴미디어를 소재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다양성과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5F

<489년>
Video HD, Color, Stereo, 16/9, 11',
Variable dimension
2016

권하윤 작가는 주로 현실과 가상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며, 새로운 시공간 속에서 실재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작품 <489년>에서 작가는 그러한 경계 중에서도 인간이 만들어 낸 완벽한 픽션의 산물인 DMZ를 중점으로 기억, 정체성, 경계에 대해 이야기하며, 가상현실을 통해 남북 경계선 내 비무장지대로 들어가는 상황을 설정합니다.

6.25 전쟁 이후 정전협정 체결로 생긴 비무장지대 일명 DMZ는 군사분계선을 경계로 남북으로 각각 2km씩 폭 4km의 지역을 말합니다. 작가는 실제로 존재하지만, 국가에 의해 철저히 출입이 통제된 DMZ에서 허구적인 요소를 발견하게 되며, 이 현실 속 가상 공간을 3D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해 VR을 통해 생생하게 경험하게 합니다. 

한반도의 분단 상황에 초점을 두어 제작한 이 작품은 DMZ에서 수색 대원으로 근무했던 한 군인의 육성 증언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작가는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전해 들은 개인의 기억과 경험을 자신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해 전달합니다. 이를 통해 각자가 기억을 더듬어 이야기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역사나 사실이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를 밝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