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F 강이연

강이연 작가는 GPS부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플랫폼, Amazon, Netflix, YouTube 상의 컨텐츠에 이르기까지 알고리듬에 의해 움직이고 문화를 소비하는 이 시대, 역사의 주체로서 인간의 존재와 신체성에 주목한다.

컴퓨터 코드는 우리가 직면한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들을 추상화해 버리고, 이로 인해 진정으로 중요한 가치에 대한 질문보다는 기계적 본질로서 분절적이고 수학적인 계산을 처리하는데 몰두하도록 우리의 인식을 마비시킨다. 뿐만 아니라, VR, MR, AR 등의 기술을 통해 누리게 될 다른 차원에서의 삶은 더더욱 신체의 한계로부터 자유로워지고픈 욕구를 키울 것이다.

AUDIO GUIDE

3F

<연속체>
Projection installation, Sound, 10min
2019

강이연 작가는 프로젝션 맵핑을 이용한 작품 <연속체>를 통해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한 디지털 회사들에 의해 움직이는 현시대 속 인간에 집중합니다. 

3개의 벽면과 바닥의 거울 시트까지 총 4개의 면에 투사된 영상은 사운드와 함께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확장됩니다. 우리는 다른 차원의 세상처럼 보이는 작품 안으로 직접 들어가거나 혹은 작품 밖에서 관조하며 작품과의 관계를 다양하게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소리에 따라 반응하는 무빙 이미지입니다. 불교에서 사용되는 법고 소리에 맞춰 끊임없이 움직이고 형태를 바꾸는 혈관 속 혈액을 연상시키는 영상은 관객의 심장박동과 어우러져 작품 속으로 더욱 빠져들게 합니다. 

영상의 말미 무용수를 연상시키는 인체에 대한 일루전은 끊임없이 확장되는 시공간 속에서 움직이는 신체에 주목합니다. 영상을 보면 얇은 천을 드리운 벽 뒤에서 누군가 직접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동시에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것이 실제인지 혹은 허구인지 헷갈리게 만들고, 나아가 이것이 만약 허구라면 실제는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남깁니다.

시공간이 접히고 사라지는 등 알고리즘에 의해 움직이는 데이터를 다양한 형태로 표현한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더 이상 현시대 역사가 선형적인 시간성으로만 해석될 수 없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처럼 무수히 반복되고 재생산되는 데이터를 통해 작가는 디지털 사회 안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 안에 매몰되지 않는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이야기합니다.